결혼 19년차에 접어드니 부엌살림은 낡고 손때가 묻어간다. 뒷면이 슬쩍 탄 나무주걱부터 이 빠진 채반이랑 흠집 난 프라이팬까지 뭐 하나 딱히 내놓고 살림살이를 보여줄 엄두가 안 난다.
하지만 요즘 새로 산 엔젤 녹즙기는 “푸하하, 오! 주방이 사네 살어~”하며 신출내기 막내 살림살이답게 싱싱한 신품이다. 막둥이 엔젤 녹즙기는 우리집 신입생임에도 마치 터줏대감처럼 포스가 있으니 요 살림쟁이 아즈매의 예쁨을 한 몸에 받는다.
일단 19년차 주부 나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할 것 같다.
흠 흠.. 에~~ 나로 말하자면… 그릇 깨기 명수요, 물 컵 이빨 나가게 하는 일인자요, 멀쩡한 냄비 빠싹~ 태워먹는 최고수니 사실 살림쟁이 아즈매란 말도 허벌나게 아까운 찬사인지 모른다.
결혼 때 혼수로 - 그 시절 최고품이라 치던 – 옥그릇 반상기를 사정없이 깨뜨려 지금은 짝도 안 맞아 한 쪽 찬장에 처박아두었고 줄줄이 크리스털 컵이며 생활자기 뭐‥ 깨고 고장내먹는데 나만한 이력 가진 이도 없으렷다.
헌데 우리집 새 식구 엔젤 녹즙기는 스텐레스라 깨지고 금 갈 일이 없으니 일단 나는 퍽 안심이 된다. 아주 옳다구나 싶다. 그리고 플라스틱이 아니라서 쑤세미로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끄떡없다.
아, 요런 명물을 이제야 접하다니 외려 일찍 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하다.
< 질긴 신선초와 샐러리를 꿀꺽꿀꺽 삼킨 후 푸른 즙을 짜주는 엔젤녹즙기 >
생각해 보니 아침에 과일이며 야채를 깎아 출근 시간에 쫓기는 남편을 다그쳐 “어서, 더 드슈. 쫌만 더 드셔 보랑께요..”하고 동동거리길 십 수 년째이었다.
어떤 날은 시간이 없어 사과 깎을 걸 반도 못 먹고 출근할 때가 있는데 이런 날은 식탁에서 사과가 누리딩딩하게 말라비틀어져 이리저리 치워지기 일쑤였다.
우리 딸애는 어떤가? 아침에 서너 번 씩 깨워야 겨우 식탁에 앉는 잠탱이, 아니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고2 여학생이다.
어찌나 신 과일을 싫어하는지 또 시간에 쫓겨 오래 씹어야하는 과일도 잘 먹으려 들지 않는다. “아침에 입맛 없어서 과일 먹기 싫어요.” 라나‥ 내참, 기껏 먹기 좋게 깎아 준비한 엄니 공도 없이…
근데 이제 잠이 덜 깬 남편과 딸애에게 힘들이지 않고 과일과 야채를 듬뿍 먹일 수 있게 되었다.
바로바로 이 엔젤 녹즙기 덕분이다.
아, 정말 구세주가 따로 없다. 이 덕에 우리 딸애 왈, “엄마, 옛날 같으면 한 달 먹는 양의 과일을 하루에 다 먹는 것 같아요. 확실히 몸이 좋아졌어요.” 하는 것이다.
< 적은 양의 야채 찌꺼기와 신선한 신선초 샐러리 녹즙 >
매일 매일 아침을 엔젤 녹즙기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해지고 있다. 고맙다, 엔젤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