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조선일보] 환경호르몬, 통합 예방·관리 시급하다
인류는 일상을 화학성분과 더불어 살고 있다. 컴퓨터·휴대폰·책상·냉장고·아기 젖병 같은 생필품은 물론, 거주하는 집까지 화학품으로 마감돼 있다.
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화학성분 중 인체 내분비 기능을 교란시켜 질병과 심지어 유전변이마저 일으키는 내분비 교란물질을 '환경호르몬'이라 부른다.
유엔환경계획(UNEP)·국제보건기구(WHO) 보고서 등에 따르면 약 800여종의 화학물질이 내분비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.
이 중 인간 내분비 체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혀진 물질은 극히 일부여서 이제껏 연구 결과를 '빙산의 일각'이라고 한다.
최근 국내에서 사회 이슈가 됐던 '비스페놀 A'도 수백종의 내분비 교란 물질 중 하나로 그 노출원은 정확히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.
현재까지 내분비 교란물질에 의해 유발된다고 알려진 질병은 다양하다. 내분비 내과의사로서 매일 수십명씩 마주하는 갑상선호르몬 질환이 대표적이다.
임신 중 갑상선호르몬 부족은 태아의 두뇌 발달을 저하시키고,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를 일으켜 사회 혼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.
TBT·BPA·납·프탈레이트 같은 물질은 내분비계 관련 질환 중 가장 흔한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비만·이상지혈증·인슐린 저항성 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
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. 당뇨병, 갑상선 기능이상, 성조숙증, 남성불임, 조기폐경 등 내분비질환 환자를 진료하면서 질환 원인을 주로
유전, 생활습관에서 찾아 왔지만 이젠 환경호르몬 같은 외적 원인 규명에도 노력을 기울일 시기가 찾아왔다.
이 밖에도 환경호르몬에 의해 교란되는 기관은 많다. 특히 남녀 생식기를 들 수 있다. 여성의 경우 유방 및 자궁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해
성조숙증, 조산아 출산, 불임, 조기폐경을 일으키고, 남성의 경우 잠복고환증, 남성불임, 고환암, 후세대에 남성 생식기관의 선천적 기형인 요도하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.
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및 불임증가 현상이 환경호르몬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.
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.
국민이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 노출원을 정확히 파악·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.
이러한 의료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정부의 통합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.
출저: 인터넷뉴스 조선닷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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